#03_디자인 방법론과 툴킷, 그리고 신기루

“Design Thinking”,”HCD”,”OOOToolkit”….It’s Amazing!
대략 2-3년 전부터, “디자인 씽킹”을 필두로 다양한 방법론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거론되며, 각종 Toolkit 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디자인 방법론 들이 있었지만,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정리돼서 디자인 영역에서는 물론이고, 비즈니스, 사회혁신 영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확산되고 있다.
“무료 공유에, 무료 번역까지, 감사한 일이지만….”
이렇게 해외에서 시작된 방법론과 툴킷들의 번역과 소개는 감사한 일이며 환영할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서의 디자인,비즈니스,사회혁신 관련 툴킷들은 여전히 번역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거나, D.School이나 IDEO의 방법론들의 리비젼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는건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 해외의 사례들을 비교해보면, 일정부분 리비젼된 부분들의 흔적은 마찬가지로 보이지만, 고유의 단어와 양식을 채용하는 것을 보면, 이런 툴킷과 방법론 개발에 적잖은 에너지를 쏟았음을 알 수 있다. – 일례로 자사의 비즈니스에 오픈 툴킷이나 플랫폼을 연결하여, 다양한 방법론을 선보이고 있는 미국의 디자인 컨설턴시 Frog Design의 Collective Action Toolkit IDEO의 HCD Toolkit, 그리고  Arup의 Drivers of Change 등을 비교해 보길 바란다.-
“한국의 사교육 문화, 그리고 디자인 방법론과 툴킷의 만남….”
국가 예산의 10%를 넘어서는 규모를 사교육에 투자하는 한국답게 여전히 사교육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시작 단계의 사업체(스타트 업, 컨설턴시 부터 정체 모를 곳들까지)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 이러한 오픈 툴킷을 이용하여, 본래의 사업과 별개로 각종 강의를 통해 주 수입원으로 활용하는 곳들도 많아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특히, 미성 년들에게 수십 년간 불어왔던 사교육 바람이 창의 교육이란 명목으로 직장인들에게까지 불고 있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성인판 방과 후 교육활동의 전성기 시절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디자이너들에게도 더욱 정리된 방법론들을 습득할 기회이고, 일반인들도 디자이너들의 사고방식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지만, ‘빛 좋은 개살구’ 같은 교육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좋은 현상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다. 더군다나, 오픈 소스로 공개된 이런 툴킷들은 미트-업 같은 채널들을 통해 자유롭게 연습해보고 공부하는 해외와는 달리, 한국에선 퍼실리테이팅 비용이란 이유로 교묘하게 유료 강좌로 강연하는 곳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모국어가 한국어인 것이 안타까울 지경이다. Lego Serious Play 경우를 예를 들자면, 이미 숙련된 강사들이 정상적인 강의를 진행하는 곳들도 있는가 하면, 단, 3일 과정으로 진행된 공인 퍼실리테이터 교육 과정 이후 아무런 경험도 없이 유료 강사(?)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을 보면, 역시 사교육의 왕국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창의 교육도 좋지만, 언제까지 방법론 교육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이런 완성도 높은 방법론들을 활용한 창의 교육이 전반적인 문제 접근과 해결, 혹은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개선에 도움은 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사이비 강의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는 힘들테고 결국 사용자가 전문성 있는 강의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또는, 오픈 툴킷을 활용한 강좌의 경우, 비싼 돈 들여가며 어쭙잖은 강사들을 쫒아다니기 보다는, 회사나 학교 등에서 직접 그룹을 만들어서 여러방면으로 실험해보며 배우는 것이 스스로는 물론 조직에도 훨씬 더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이 부분은 디자인 씽킹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IDEO의 CEO 팀 브라운도 염려하고 있는 부분이다. 디자인 씽킹이라는 방법론을 퍼뜨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도 없이 스스로를 ‘디자인 씽커’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언급한다.-
특히 한국에선, 사용자들도 방법론과 툴킷의 신기루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자체로서의 성공적인 실제 사례들을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여서,프로젝트의 우수한 결과물로 상황에 적합한 ‘커스터마이징 된 메뉴얼과 같은 툴킷’들을 만들어서 유사 분야의 본보기가 되는 사례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서비스 디자인 블랙 퍼스트에서 공유한 자료 중 프로젝트를 통해 자체적으로 찾아낸 방법론과 툴킷에 대한 발표를 확인해보길 바란다.
“꿈보다 해몽….”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부분은 방법론들을 거론할 때 보여주는 예제들에 대한 환상이다. 심지어 쌍팔년도 예제들을 보면서도, 환호성을 지른다. 그것은 마치 뒷마당에 있는 나무 이야기를 하는 무당의 끼워 맞추기식 점술이나 다름없다. 애플의 로고 디자이너 로브 야노프의 인터뷰를 회고 해보자. 정작 디자이너 본인은 감으로 그린 한입 베어 문 사과 모양인데, 황금비율이 어쩌고저쩌고 하며, 판타지 소설 만들기에 여념 없다. 성공한 모델에서 나온 방법론과 툴킷은 있지만, 그 툴킷으로 성공한 모델들이 극히 드문 이유를 상기시켜 볼 필요가 있다. 그 누구도 그러한 방법론과 툴킷들을 이용한 최신 성공 사례는 소개해 주지 않는다. 왜일까?
몇일 전 강의 시간에 Participatory Design에 대한 토론 중에 Faked participation 이라는 주제도 있었다. 말 그대로 ‘참여형 디자인을 가장한 훼이크 디자인’이란 이야기다. 성공적인 것처럼 보이는 디자인들은 많지만, 성공적인 디자인의 확산을 위해서는, 좀 더 정직하게 다가설 필요가 있다. 성공사례가 확산이 되느냐, 안되느냐를 보면, 그 프로젝트가 표면적으로 홍보만 잘한 것인지, 질적으로 우수하고 정직한 것이었는지가 어느 정도 판가름나기 마련이다.
“툴킷과 방법론은 지름길로 가는 만능 열쇠가 아니다”
소위 천문학적인 단위의 과외를 받고 공부하는 대치동 아이들과 다르게, 영재들이 말하는 ‘교과서만 보고 공부했어요’ 라는 말을 되새겨볼 필요도 있다. 왜 그 좋은 툴킷들을 이용하면서도, 한국에는 성공적인 사례가 아직은 이렇게 드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교육자를 자처하고 나서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아지는데, 교육을 잘 받은 학생들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사이비 교육자들을 막을 수는 없기에, 여러분이 CEO나 직장인이라면 사업과 프로젝트의 본질에 더욱 집중하길 바라고, 디자이너라면 방법론을 지나치게 탐닉하기 보다, 실제 사례를 통한 적용이나 ‘나만의 노하우가 담긴 방법론’을 만드는데 집중하기를 바란다.
“방법론도 좋지만, 이제는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해야 할 때,”
더불어, 사회혁신 쪽을 보자면 S생명에서 캠페인으로 진행한 마포 대교의 자살 방지 환경 디자인부터, CPTED(범죄예방디자인)이란 명목으로 진행한 마을 디자인까지,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조금 더 성공적인 사례를 만드는 데 있어서, 방법론을 넘어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연구와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공공 부문 서비스에서, 그 서비스의 초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업체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데, 질적이든 양적이든 유지 보수비가 발생하는 이상 수익의 극대화가 1순위인 기업에서는 지속가능성을 주민들의 몫으로 미해결 과제로 남겨두거나, 가성비 때문에, 아무런 지식 없는 지자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함을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은 자신을 교육자, 퍼실리테이터라고 말하며, 사이비 교육을 하는 자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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